마르크스?
옛말이자 꼰대라는 의미가 되어버린 '운동권'이 젊은 몸으로 거리를 뛰어다니던 시대를 알고 있는 나에게 마르크스는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운 이름이다. 칼 마르크스, 맑스 뭐든. 빨갱이니까. 빨갱이는 존재가 죄악인 단어로 교육받으며 자랐다. 빨갱이라는 단어의 효용은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쓸모가 있는지 판을 뒤집는 무적의 용어로 여전히 사용된다.
설마 초등학생에게 그 마르크스 이야기겠어?
맞다. 그 마르크스다.
설마 마르크스를 옹호하는 책은 아니겠지?
맞다. 마르크스를 옹호한다. 물론, 대척점에 있는 자본주의와 현대 사회의 부조리함과 무식함과 저열함을 드러내는 도구로 마르크스를 소환한 거지만 아무튼 옹호하는 건 맞다.
설마 마르크스의 자본론 이야기나 정치경제학, 철학 및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오겠어?
맞다. 그 이야기가 메인으로 나온다.
초등학생들이 이 책을 좋아할까?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데 500원에 500원을 더 걸 자신 있다. 마르크스가 좋고 나쁘고가 아니다. 책 내용을 배경 지식 없이 이해하기 불가능하고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다. 무정부주의자가 등장하고, 파리 코뮌이 등장하고, 잉여가치가 나오고 현대 미국 부의 불평등 이야기가 나오는데 초등학생들이 이해할리 없다. 게다가 모노드라마라는 설명처럼 한 명의 배우가 연극으로 풀어내는 글의 형식이다. 연극 대사는 교과서 책처럼 직접적이지 않다. 뉘앙스와 풍자와 비유와 연상과 강조와 행동으로 말한다. 그걸 이해할 초등학생이 있을까? 있다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섭다.
짧은 시간 재밌었지만
책이 작고 얇다. 들어 있는 내용은 깊어서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짧은 시간에 책을 다 읽을 순 있었다. 여전히 궁금하다. 왜 논술학원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게 했을까? 모르겠다. 혹시, 내가 아이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소심한 고민을 해본다.
그래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더더군다나 아이들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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