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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정리하기

 Friday. 2004. 4. 30 No.87 봄날의 리프레시



이제 완연한 봄이다. 

어디로 나가볼까만 고민하지 말고 주말에 짬을 내서 ‘방 정리 레저’를 즐겨보자. ‘리프레시(Re-fresh)’라는 게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땀을 조금 흘리면서 물건을 들어내고 옷가지를 정리하고 책상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고 나면 기분도 활짝, 방도 반짝. 같이 사는 사람에게 칭찬도 듬뿍 받을 수 있다.


방 정리 레저의 기본 수칙 하나. 

남 시키지 말고 직접 하자. 하지만 이를 어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땀 흘리며 테니스를 하는 외국인에게 ‘저런 일은 아랫것 시키지 왜 직접 하나?'라고 물었던 구한말의 고리타분한 양반을 비웃지 마라. 그대가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둘, 분명한 기준을 세워라! 보관할 것, 버릴 것, 애매한 것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누면 된다 


셋, 수납공간을 확보하라. 수납공간은 상자가 될 수도, 수납장이 될 수도 있다. 상자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으니 꼭 확보해 놓자. 요즘 대형 할인점에 가면 싸고 예쁜 상자를 구할 수 있다.


넷, 정리시간을 정한다. ‘방 정리’ 레저에 한번 빠져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끊임없이 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리를 해도 해도 더 하고 싶고, 예쁘게 꾸미고 나서도 만족할 줄 모르게 된다. 엄연한 레저이니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것이 필수.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됐나? 그다음은 방 정리 레저의 백미를 즐길 시간이다!


나에게 애매한 물건이 남에겐 보물이 될 수 있다.

일단 쉬운 것부터 처리한다. 보관할 것은 안 보이는 곳에 숨겨놓든, 책상 위에 늘어놓든 보관만 잘 하면 된다. 버릴 것은 쓰레기 분류법에 맞춰 밖에 내놓는다. ‘방 정리’ 레저의 쏠쏠한 양념 한 가지. 걸레질을 하면서 애매한 물건 처리 이벤트를 생각한다. 자, 버리기는 아깝고 갖고 있자니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 그 물건의 주인을 찾아 주는 멋진 일이 남아있다. 일단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예쁘게 찍는다. 잘 꾸밀수록 입양(버리기)에 성공할 수 있다. 그 후 개인 홈피나 동호회에 사진을 올린다. 제목은 이런 뉘앙스로 단다 ‘친구들이여! 내가 아끼는 물건이 있으나 장소가 협소하여 그대들에게 양도하고자 하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주기는 싫을지 몰라도 친구들에게까지 인색하게 굴지 말자. 땀 흘린 뒤의 상쾌한 기분과 말끔해진 공간의 리프레시 외에 친구들의 애정까지 얻을 수 있다. 


디저트로 프랑스 피에르 사바도리 감독의 1992년도 컬트 무비 <청소>를 시청한다. 편집증적인 청소쟁이의 인생과 새 기분으로 충전된 그대의 깔끔해진 방을 비교해 보면 행복이 무엇인지 금방 깨닫게 된다. 유쾌 상쾌한 방 정리 레저를 외면하는 그대! 돼지와 친구가 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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