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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는 편지

 Friday. 2004. 4. 2. 편지지 한 장이면 누구나 작가가 된다




편지를 써보자

자판을 타닥타닥 두들긴 후 ‘클릭’으로 발송해 버리는 이메일이 아니라,종이 위에 나를 옮기는 편지 말이다. 요즘은 휴대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만남이 이루어진다. 잠시의 짬도 기다리기에는 지루해지고 고루해진 세상이다. 그럼에도 며칠이나 걸려서 도착할 종이 편지를 쓰는 것이 단순히 ‘정성이 뻗친’ 일만은 아니다. 


"편지만큼 슬픈 것이 어디 있을까요? 생각은 문장으로 옮겨지며 얼어붙어 버리고 사랑의 가장 감미로운 감정은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책갈피 사이에 눌러놓은 이 시든 풀잎과 같아져 버립니다. 종이 한 장에 그대의 미래와 행복과 삶과 죽음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프랑스의 낭만파 시인 네르발의 편지 예찬이다

물론 연애편지이긴 하지만 편지의 매력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편지는 자유로움과 상상력의 발휘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폴리네르가 그의 연인 루에게 보낸 그림편지(?)를 보면 편지가 단순히 문맥이 통하는 문장의 나열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종이 편지의 매력은 '애절함’이 아닌가 싶다. 컴퓨터 파일처럼 복사되지 않는 유일성, 비밀스러움, 필체와 편지지, 마음이 담긴 내용이 버무려져 화폐가치로 바꿀 수 없는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인지 편지는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진다. 조금 작위적이긴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동생이 형을 찾아 다시 전쟁터로 뛰어들게 되는 것은 꾹꾹 눌러쓴 형의 편지 때문. 죽음 이후에 배달되는 남편의 편지를 소재로 만들어진 <편지>역시 아련함이 남는다.


편지는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작품이다.

굳이 편지지를 사지 않더라도 깔끔한 종이 한 장이 캔버스가 된다. 색깔 있는 아트지 한 장이면 잘라서 쓸 수도 있다. 종이 편지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펜이다. 값싼 볼펜은 오래되면 글씨가 번지니 권하고 싶지 않다. 형광물질이 들어간 펜은 눈을 피로하게 만들고 유치해 보이니 금물. 기왕이면 아날로그 스타일의 펜이나 만년필을 이용하면 훨씬 운치 있다. 잉크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풍스럽게 탈색해 멋져 보인다. 편지를 쓰던 중 글자가 틀리면 난감하다. 새까맣게 칠해서 ‘공사 중’이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하지만 최선은 틀리지 않는 것. 꼭 연애편지를 쓸 필요는 없다. 가까운 친구를 찾아보자. 친구와 공유했던 과거를 풀어쓰다 보면 추억까지 떠올라 더욱 행복해진다. 


이제 우표가 필요하다. 최근에 발매되자마자 매진된 독도 우표 한 장을 구해 성의를 더해본다. 마지막으로 유치환의 시 <행복>에 나오는 "에머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으로 향한다. 아뿔싸! 우체국 발견 하기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 하지만 빨간 우체통을 찾아다니는 이런 수고도 ‘동네에서 즐기는 레저’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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